1. 계룡시 엄사면 엄사4거리...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이른 아침...
울긋불긋 단풍나무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면...
저 단풍잎이 모두 떨어지겠지요...

2. 시골집...
평상대 처마자락에...
무우청을 매달아 두셨네요...
김장은 아직 멀었는데...
무우 줄기가 옆으로 누워지니...
그것을 뜯어다 묶어놓으신 듯...

3. 아침식사후...
미남이(개이름) 밥을 챙겨주고...
집을 올려다보며...
오른쪽 맨드라미 앞쪽으로...
시계꽃 줄기가 아직 풍성합니다...

4. 단감...
주먹만하게...
실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주렁달린 감나무...
운치있는 모습이지요...

5. 가을이 깊어가니...
밤나무, 복숭아나무...
그 많던 잎사귀도 떨어져...
굵은 빗방울을 맞습니다...
휑한 모습이 안스럽네요...

6. 처마밑...
낙수물이 떨어져 흘러갑니다...
가을 장마라고 할만큼...
많은 비가 밤새워 내렸지요..

7. 촉촉한 아랫마당...
풍성했던 나뭇잎들도...
모두 떨구며...
나무들도 겨울을 준비하겠지요...

8. 여름내내...
베란다에서 푸르름을 뽐내던...
바나나나무...
현관안으로 들여놓아지고...
긴 겨울을 준비합니다...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저녁나절...
아파트를 나서며 마주치는 단지내 가로수들...
단풍나무, 느티나무, 감나무 등...
모두들 잎사귀를 떨구고 홀쭉해 있습니다...
떨어진 낙엽은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고...

주차장 차위에도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있고...
그 낙엽들 위로 굵은 빗방울이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는 동안...
그 낙엽들이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
멀리 멀리 사라집니다...

도로변 가로수도 홀쭉한 모습들이고...
먼산도 헬쓱해 보이고...
누런 벼들로 가득찼던 들녁도...
하얀 마쉬멜로우가 들어차고 있습니다...


2시간여 운전하여 도착한 시골...
비오는 날이면 더욱 고즈넉하고 스산하지요...
농로로 이어진 산자락...
어둑어둑한데...
미남이(개이름)도 빗속이라 개장에서 나올 생각없고...
집앞 가로등만이 반겨주는군요...

도착한 시간이...
부모님들 저녁식사 시간...
짐정리를 마치고...
아버님 물러나신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었습니다...
"갈치를 조렸는데, 먹을만하다."...
뚝배기에 감자랑 갈치를 넣고 양념으로 조려서 맛깔스럽게 내놓으시네요...
"묵도 먹어봐라, 잘 되었다."...
가을내내 아버님께서 주워오신 도토리...
말려서, 방앗간에서 빻아서, 물에 불려 마대자루로 걸러서...
앙금내려 떫은 맛 울궈내고, 묵을 쒀서 내놓은 것입니다...
양념간장을 뿌려 내놓은 한접시...
맛나기는 한데...
너무 진한 맛이라 텁텁한 느낌이었지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것저것 정리하는데...
"나머지 배 다 땄다. 실하게 잘 영글었단다."...
사과나무 두 그루, 감나무 한 그루, 배나무 한 그루...
집에서 과일나무 키우는 것이 쉽지않다는 것을 잘 알게되었는데...
못생기고 흠집난 것들 다 따들이고...
실한 것들 남겨놓았다, 엊그제 따셨다고 합니다...
'시원하고 맛있는 배'...
초여름 배봉지 씌운다고 고생했던 생각이 나더군요...

한참을 연속극을 보시던 어머니...
겨울이불을 내오십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춥단다."...
뽀송뽀송한 이불...
창밖으로는 더 세찬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방...
아늑한 침대...
모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러게~ 집전화도, 핸드폰도 안받는구나~"...
오산 둘째 외삼촌하고 통화하시더니...
"얘~ 큰외삼촌댁에 가보자, 도통 전화를 안받으니~"...
그러시고 큰외삼촌댁 옆집에 전화도 해보시고 부산을 떠십니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데...
둘째 외숙모께서 전화하셨더군요...
큰외삼촌께서 산악회 등산을 가셔서 곧 도착하신다고...
조카하고 통화를 하신 모양...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아이고 노인양반, 빗길에 무슨 등산이람. 다행이다. 다행이야~"하시며...
최근에 오토바이와 차량 접촉사고가 있어서 차는 정비소에 가있다시며...
또 안좋은 일이 있는가 싶어...
혼자계신 노인이 연락이 안되어 불안하셨다고...
"노인양반 혼자 있으니, 이럴 때마다 마음이 철렁한단다."...
어머니도 노인양반인데...
두살위 오빠를 챙기시는 것입니다...
때마다, 밑반찬 해다드리고...
맛난 음식있으면 오시라고 해서 함께 드시고...
장에 함께 가셔서 국밥도 사드리고...
9남매 맏이라고...
오빠라고...

산자락에...
가을비는 계속 내리고...
연속극도 끝나가고...
안방으로 들어가시는 어머니...
저도 제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듭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인생도 봄여름가을겨울...
내부모님들 계절도 이제 겨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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