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슈즈 신은 꽃, 춤추고 싶어요(옹달샘 숲 이야기) 춤추는 올괴불나무 꽃 이야기 storytelling

황승현 | 2023.11.10 15:44 | 조회 571

episode


더위가 계속되어 가물지만 잔디를 깍을 때가 되어

이른 저녁을 먹고 아버님과 정원 잔디를 깍습니다


올해는 가물어 예년에 비해 잔디를 자주 깍지 않았다고

가무니까 잔디가 더디 자란 것이지요

깍은 곳과 안 깍은 곳이 차이가 나고


왼쪽 복숭아 나무 건너편 맷돌 호박에 물 주시는 어머니

커다란 맷돌 호박이 두개 누렇게 잘 익어갑니다


이곳까지가 제가 깍은 것

힘 덜어 주신다고 아버님께서 잔디깍으시는 동안

깍은 잔디를 갈퀴로 긁어 모으지요

왼쪽 갈퀴 아래는 예초기 연료인 휘발유




전원주택 푸르른 잔디

보기도 좋고 밟기는 좋지만

정원에 잔디를 관리하는 것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지요.


매일매일 잡풀 뽑아 주고

가물면 물도 주어야 하고

길게 자랐다 싶으면 잔디를 깍아 주어야 합니다.

말이야 세음절지만

더운날 이 일들을 하려면 고역아닌 고역이지요.


오늘 작업하는 잔디깍는 구형 예초기

묵직하여 소음과 진동이 만만치 않아

한참을 작업하다 보면 허리와 어깨, 목이 아파오며 땀은 비오듯 하고

양팔은 천근 무게와 진동으로 고통이 찾오는데

더운 날 잔디 깍는 그 힘든 것을 제가 해냅니다.


예초기 작업중 제일 어려운 것은 경사지 잔디를 깍는 것이지요.

경사면에 예초기를 메고 두다리로 안정적으로 위치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예초기 작동기를 짧게 잡아당겨서 그 간격을 유지하며

경사면을 따라 작업을 해야 하니 이중으로 힘이 듭니다.


어제는 윗마당 오늘 아침은 아랫마당

아침 6시 이슬이 가득한 정원

예초기 소리에 놀란 '방아깨비'




못미덥게 지켜보시던 아버님 예초기 시범을 보이십니다

20여년 된 예초기 몸과 기계가 한몸인 듯 가히 예술의 경지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잔디를 깍습니다.

더위가 무서워 이슬도 마르기 전인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하는데

그 소리에 놀란 메뚜기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이지요.

날벼락이라면 날벼락

그래도 제일 큰 일 난 녀석들은 개미들

잔디밭 땅속에 얼마나 커다란 개미집을 지었는지 수백마리의 개미들의 경황없는 움직임으로 짐작이 됩니다.


잠시

메뚜기와 개미 입장에서 예리한 예초기가 다가오는 소리와 진동을 생각해 보네요.

거대한 인간이 커다란 밀집 모자를 쓰고 탱크같은 등산화로 잔디를 밟으며 다가오는데

등에 짊어진 물체에서 연기가 나며 거대한 소리가 나고

곤충들을 보호하고 기대어 사는 잔디를 여지없이 잘라 날려보내는

무지막지한 기다란 줄이 '윙윙'거리며 돌아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죽는가 싶어 그래도 열심이 날아서 달아나고 뛰어서 달아나고 '걸음아 나 살려라' 기어가고


그날 오후 아랫마당 옆, 마을 이장 감자밭

감자 시세가 맞지 않아 캐지 안고 갈아 엎어

그 밭에서 주워온 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을 해주셨습니다

부추, 아삭이 고추를 넣어서


"어디는 먹을 것이 지천이고, 

어디는 굶어 죽어가는 세상이니, 

이런 요지경이 있느냐?"는 어머니...



한편

귀한 화초나 어린 나무가 있으면 예초기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저 앞의 어린 소나무도 '얼음'하고 긴장하고 있군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가련한 신세로 달아나는 곤충들이 부러운데

날카로운 날이 내게 닫지않기를 빌 뿐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3시간여 작업하고 마무리했는데

많은 생명들 주검으로 이르게 하고 놀라게 했겠다 싶습니다.


삶이 다 그렇겠지요.

나 편하고 나 행복할 때

누군가는 희생하고 있을 터



storytelling


휘어진 커다란 소나무 옆 올괴불나무 작은꽃, 소나무 무대에서 밤마다 춤을 추지요
 발레리나 숲속 무도회,  '자~ 빙글빙글 춤을 추워요!'
연분홍빛 드레스와 붉은 토우-슈즈
달빛 아래 우아한 춤사위가 숲의 가족들을 흐뭇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숲속 꽃나라에서

꽃 품평회가 열렸습니다.

우아하고 향기로운 꽃들의 경연


꽃샘추위로 인해 조심스런 봄 숲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노란 생강나무 꽃, 그 매혹적인 향기

5월의 우아한 하얀 산목련(함박꽃)의 자태


열정적인 한여름

잎없는 기다란 꽃대에 애절한 분위기의 꽃을 피우는 상사화

정렬적인 붉은 빛의 하늘말나리 꽃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묘한 모양의 분홍, 노랑, 흰색의 물봉선 꽃

계곡 물가에

작은 나비가 내려앉은 듯한 솜사탕같은 몽실몽실한 산수국 꽃


더 깊은 산자락 음지

정성스펀 포에 둘러쌓인 코브라 모양의 꽃을 피우는 천남성


서리가 내리는 계절

가을 아침 안개내려 앉은 산자락에 애절하게 꽃피우는 쑥부쟁이 꽃


모든 꽃들이

저마다의 개성있는 향기와

매혹적인 자태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의 경연

모두의 관심과 부러움에

경연에 참여못한 

아름답지도 향기롭지도 못한 꽃들에게는 서글픈 일


우리의 주인공

올괴불나무 꽃

숲속에서 생강나무와 함께 매우 일찍 피어나는 아주 작은 꽃

너무 작아서 누가도 관심조차 주지못하는 꽃

작은 꽃만큼이나 짧은 꽃의 시간


'꽃들의 경연'에 참여는 못했지만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짧은 꽃의 시간을 보내는데

누구에게 보여줄 수 없음에 안타까워합니다.

사나흘 후면 긴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오랜시간 올괴불나무와 함께 했왔던

옆의 누운 커다란 소나무가 이야기 하네요.

"아가씨!~ 이제 얼마 않남은 좋은 시간 허비하지 말고 내 등에서 춤을 추어 보면 얼떨까요?"


그렇게

우리의 작은 공주는 밝은 달빛아래 소나무 무대에서 춤을 춥니다.

붉은 토우-슈즈를 곧추세우고 연분홍 드레스를 휘날리며 빙글빙글 한참을 춤추다가

달을 향해 두손을 뻗어 힘차게 위로 도약하며 눈물을 흘리네요.

'아~ 이 봄이 너무 짧아요!'

그리고 소나무 아래로 떨어져 내립니다.

"감사했어요. 소나무님! 저의 작은 춤을 잊지말아주셔요!"  




올괴불나무

올괴불나무는 잎없이 꽃부터 피는데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작은 꽃들이 매우 앙증맞음

흡사 토우-슈즈를 신고 춤을 추는 발레리나 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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